2023. 서구학 에세이
100원짜리 장난감에 대한 추억
(김경은, 채효영)
국민학교시절에 너무나 가지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물건, 용돈을 받아도 넉넉하게 살수 없었던 물건, 그러나 이제는 돈이 있어도 존재하지 않기에 가질 수 없는 그 물건, 그리고 지금은 넉넉한 돈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물건, 나는 이 물건이 참 그립다.
나의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의 유일한 놀이와 즐거움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놀았던 그 순간을 함께 했던 다양한 놀잇감이었다. 지금이야 아이들에게도 휴대폰 하나 정도는 다 가지고 있는 세상이 되었고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하며 화려한 그래픽의 온라인게임을 마음대로 플레이하며 놀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내가 가지고 놀 수 있었던 다양한 놀잇감은 고작해야 딱지 몇 장과 유리구슬 몇 개, 그리고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노는 정도가 다였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두었던 것은 50원, 100원으로 만들 수 있었던 조립식 장난감이라고 불리우는 물건이었다. 방과 후면 친구들과 즐겁게 놀다가도 학교 앞 문구점으로 달려갔고 작은 진열장에 빼곡이 쌓여있는 조립식 장난감을 쪼그려 앉아 쳐다보던 그 순간만큼은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아버지가 교육공무원으로 재직하시고 어머니께서 작은 박봉으로 어렵게 형제를 길러주시면서 살아왔던 가정형편이었기에 너무나도 가난한 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넉넉한 삶과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가정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학용품 이외에 여가나 레저와 같은 것으로 지출하신다는 것은 쉽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래도 명절이 되면 세배돈으로 받고 생일이 되어 친척들로부터 받은 500원, 천 원의 거금을 받아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 앞 문방구에 진열대 앞에 가서 ‘어떤 것을 사서 만들어 볼까?’ 고민을 하며 몇 시간에 걸친 ‘결정장애’를 겪었던 기억도 너무나 생생하다.
어머니에게 혼날까봐 소심하게 100원짜리 하나를 골라 가지고 돌아와 떨리는 손으로 지금으로 말하는 소위 정성스러운 ‘언박싱’ 후에 하나하나 제품을 조립해가면 완성할 때의 희열이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나의 모습은 군인의 모습을 한 전장의 한복판으로, 혹은 선장이 되어 큰 바다의 망망대해로, 아니면 로봇을 조종하며 우주공간의 너머로/ 나의 정신세계를 안내해 주었던 조립식 장난감 친구들이었다.
▲ 아직도 소장중인 추억의 장난감 중 일부
그렇게 함께하여 주었던 그 많은 친구들이 어느덧 나이를 먹고, 군대를 갔다 오고,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과 아이들에게 전력투구하던 시절의 끝자락, 서구의 가좌초등학교 앞 골목에 만난 ‘아트방 문방구’ 그 유리 진열대 앞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어릴 적 내가 가졌던 그 감정과 반가움의 장난감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 같은 기억의 끈을 붙잡아 장난감 친구들과 함께 나를 과거로 이끌고 있었다.
▲ 가좌초등학교 앞 아트방 문방
어린 나는 주어진 것이 없어 가질 수 없었던 많은 물건들, 그러나 나이든 나에게는 주어진 것이 많음에도 가질 수 없는 추억의 물건들, 비단 그것들이 조그만 장난감만 있을까? 비단 장난감 뿐만이 아니라 생각과 추억, 감정까지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지금도 그렇게 나의 곁을 지나가버린 것이 아닐까?
※ 사진출처 : 직접촬영